신년이 밝았다. 작년에 온 친구와 친구 딸은 새해부터 바쁘게 움직인다. 아침에는 떡국을 뚝딱거리며 만들더니 둘이 알콩달콩 보드게임을 하며 지내다가 갑자기 티격태격 싸운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쭉 빠진다. 친구가 아기 재우고 맥주 한 잔 할 때 '애기랑 있을 때 타임슬립에 빠진 것 같다'라고 했는데 간접적으로 체험 중이다.
애기 컨디션이 안 좋아서 한참 집에 있다가 좀 살아나 첫날 공항에서부터 노래를 부르던 감귤 따기를 하기로 했다.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줄여서 휴애리를 가면 감귤도 따고 제주의 상징과도 같은 동백꽃도 볼 수 있다. 집 바로 앞에도 동백꽃이 있긴 하지만 감귤 노래를 부르는 꼬맹이 때문에 차에 시동을 걸었다.
새해 첫날이라 사람이 얼마 없을 거라 예상했지만 주차장이 만차가 될 정도로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코로나여도 야외이다 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천운이 따라서 바로 앞에 차 한 대가 빠져 주차를 빨리 했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참을 기다리고 서있어야 할 것 같다.
휴애리 입장료는 비싼지 안 비싼지 사실 감이 없다. 다만 감귤 따기는 입장료를 따로 5천 원을 받기 때문에 고려해서 계산해야 한다.
안으로 들어가니 확실히 돈 받고 관리하는 티가 나는 정원이 나타난다. 길도 관리가 잘되어 있고 나무 하나에도 정성이 가득 쏟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시기 길가에는 동백꽃이 많이 떨어졌는데 여기는 꽃망울이 좀 작지만 여러 나무가 꽃을 뽐내고 있다. 포토존을 여러 군데 있어서 미취학 아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의 여성들이 포토존에서 꽃이랑 사진을 찍는다. 조금 아쉬운 점은 겨울이다 보니 핑크 뮬리가 전부 시들어서 갈대밭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겨울이라 꽃이 조금 힘이 없어 보였는데 하우스가 보인다. 그 안에 여러 꽃과 나무를 심어놨는데 확실히 생기가 넘친다. 물론, 나도 따뜻했고...
들어갈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여서 몸에 열이 좀 난다 싶을 정도로 걸으니 감귤체험장이 나온다. 서귀포에선 감귤이 알아서 잘 자라 귤을 따는 노동력이 키우는 것보다 더 힘들다. 그래서 당근 마켓을 보면 밭떼기로 파는 경우가 많다. 그런 고된 일을 돈을 주고 하다니 올 때부터 이해가 안 됐지만 애들은 그런 거 없이 귤 딸 수 있어서 신났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신날 수 있었던 것은 미리 돈을 안내서 애기랑 애아빠만 따러 가고 나는 커피 마시며 멍 때릴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났기 때문이다. 유료가 이렇게 좋을 수도 있다.
감귤 따기가 끝나면 흑돼지와 염소, 토끼, 조랑말한테 먹이를 주는 곳으로 이동한다. 여기도 역시나 관리를 잘해서 똥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물론, 돼지들이 정말 미친 듯이 짖어서 귀청은 떨어져 나갈 것 같지만 꽤나 청결하다. 꼬맹이가 좋아할 것 같아서 먹이를 사서 쥐어줘 봤지만 돼지들은 눈이 돌아간 것처럼 덤벼들고 염소는 리액션이 빈약하고 조랑말은 너무 커서 먹이를 맘 편히 주지를 못한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당근은 토끼의 몫이었다. 토끼같이 생긴 애들이 토끼한테 밥을 주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관람을 다 하고 돌아 나오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 바퀴 도는데 1시간 반은 족히 걸린 것 같다. 별로 볼 것도 없는데 뭐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중간중간 사진도 찍어야 하지 귤도 따야 하지 밥도 먹여야 하지 엄청 바쁘다. 거기에 꼬맹이가 다리 아프다면 바로 휴식 모드로 변경되니 애들이랑 함께 가는 가족들은 여기서 2시간은 시간이 흐르겠구나 생각하고 가는 게 좋다. 걷는 양도 많고 우다다다 뛰기 좋은 길도 많아 애들 체력 빼는데 좋은 곳이니 아기와 함께 가는 가족은 코스에 넣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