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놀러 온 꼬마 아가씨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스파게티라고 해서 집 근처에서 가장 유명세를 떨치는 곳을 방문했다. 소울 빌리지 안에 TV에 자주 나와 '허세 소금 뿌리기'로 엄청난 관심과 인기를 받은 최현석 셰프가 차린 가게인 co.190이다. 일구공은 최현석 셰프가 세운 회사인데 성수에 본점이 있고 특이하게 제주 쪽으로 분점들을 냈다. 제주에는 관련 프랜차이즈 매장이 남원과 성산에 있다. 일구공 옆 초이당이란 카페도 같은 회사에서 만든 가게, 즉, 최현석 가게다.
가는 길에 '유명한 셰프가 직접 요리를 해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도착하고 보니 비슷한 사람조차 없다. 그냥 프랜차이즈다. 소울빌리지 안이라 주차장은 넓고 아이들이 뛸 수 있는 널찍한 공간도 있다. 회와 해장국에 질린 가족들이 방문하면 입에 느끼함도 채울 수 있고 아이들이랑 신나게 뛸 수도 있는 곳이다.
우리는 존맛탱이라 JMT겠거니하고 JMT더블버거에 부라타 치즈, 랍스터 토마토소스 스파게티에 크림소스 리소토를 주문했다. 메인 주방장의 유명세가 있기 때문에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이런 가게는 계속 말하지만 서울서 놀러 왔다면 굳이 음식 맛 때문에 방문할 필요는 없다. 그 외 지역 관광객과 제주 사람들이 타깃이다.
음식이 차례로 나오는데 맛은 모두 다 맛있다. 어쩌면 가격이 비싸서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제주엔 이 가격으로도 맛이 그냥 그런 프렌치, 이탈리안 식당이 있다는 것을 염두하여 생각하면 괜찮은 가게다.
그중에 특히 햄버거가 괜찮았다. 속에 채소 없이 고기와 치즈만으로 입 안을 느끼하게 꽉 채워준다. 콜라나 샐러드가 필수지만 우린 토마토 스파게티를 주문했기에 콜라와 스파게티로 느끼함을 잡으며 먹었다. 고기가 타거나 덜 익지 않고 먹기 좋게 구워졌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수제 햄버거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니 다른 음식의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되는데 경치를 보며 소울 빌리지에서 한 끼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햄버거 주문을 추천한다.
스파게티도 나쁜 점이 없다. 면도 먹기 좋고 랍스터도 양이 적지만 맛있다. 가격 빼고는 나쁠 게 없는 음식이다. 크림치즈 리소토는 햄버거와 함께 먹기엔 조금 부담되었다. 이건 뭐 음식 선정을 잘못한 거지 맛이 없는 게 아니라 패스. 음식을 먹으며 잠깐이라도 '읭?' 한 적이 없다. 메인 셰프가 없지만 잘 훈련된 직원들을 만드는 좋은 시스템인가 보다.
이렇게 좋은 음식보다 더 좋은 것은 일구공 창가에서 보는 바다 경치다. 제주서도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많이 기억 나지 않는다. 특히 이런 프렌치인지 이탈리안인지 미국인지 알 수 없지만 여튼 양식 레스토랑은 없다. 대부분 횟집들이 해안가를 장악하고 있는데다 복잡하기 이를데 없다. 일구공 최대 장점이라면 조용하고 평온한 서귀포 바다를 보며 양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수제 햄버거나 수준급의 파스타를 맛보기 힘들었다면 추천한다. 가격은 서울에서 파는 것과 비슷한 수준인데 맛도 비슷한 수준이다. 참고로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제주에서 파스타집 근처도 가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