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서 놀러 온 친구들 보러 한림까지 가서 소주 한 잔 먹을 생각에 신나서 달려갔다. 뭐 먹을까 이런저런 음식들이 리스트에 올랐지만 오늘 일요일이다 보니 거의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아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일행 중 한 명이 수소문을 해봤는데 주위서 괜찮았다고 평가를 내린 해물찜집이 있어 옥만이네를 찾아갔다.
제주에서 살면 매운 맛이 당길 때 해결하기 좋은 집이 없다. 옥만이네는 그나마 제주 식당들 중에서 매운 편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다. 회랑 된장만 먹다 보니 매운 것이 그리웠는데 입에 침이 고인다.
들어가자마자 해물갈비찜을 큰 것 시키고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계란 프라이 만드는 곳에 가서 신나게 프라이를 구웠다. 교대에 있는 일점사와 비슷해서 서울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주 한 잔 씩 돌리고 계란을 싹 비우고 나니 해물찜이 나온다. 오면서부터 매콤한 냄새때문에 엄청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맵찔이한테는 부담이 되는 강도의 매운맛이다. 한 입 먹자마자 기침이 나면서 물을 찾는 걸 보니 이거 오늘 저녁 먹기 쉽지 않겠다. 매운맛 중에서 부드럽고 맛있게 매운맛을 좋아하는데 이 집 매운맛은 뭔가 인공적인 맛이 들어간 것 같다. 그래도 먹을 때마다 짜증 나는 최악의 매운맛은 아니고 몇 번 먹으니 점점 적응이 돼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소주로 매운 맛을 중화시키면서 먹으니 밥을 볶을 타이밍이 왔다. 개인적으로는 해물찜보다 그 뒤에 먹는 볶음밥이 더 좋다. 매운 것이 중화되면서 쌀밥의 단맛이 합쳐지니 금세 비워진다.
서울의 맛있는 매운 맛은 아니지만 제주에 부족한 매운맛을 채울 수는 있다. 하지만 찾아가서 먹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