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머리 해안은 조금이라도 파도가 세거나 바람이 불면 오픈하지 않는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날이 좋아 열렸다고 한다. 급하게 차를 타고 용머리 해안으로 갔으나 파도와 바람보다 더 잔혹한 자동차 떼 속에서 주차 자리를 찾는 미션을 해야 했다.
이곳에 관광지가 용머리 해안만 있다면 모르겠지만 앞에 산방산도 있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몰리는 만큼 차가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 넓은 주차장도 가득 찼고 길 가에도 차가 길게 늘어섰다. 정말 다행히 네 바퀴 정도 돌다가 빠져나오는 차가 바로 앞에 보여 다행스럽게 금방 주차를 했지만 운전이 미숙한 사람에게는 지옥이 따로 없다.
매표를 하고 들어갔더니 웬 배가 한 척 있다. 용머리 해안이 하멜이 떠밀려 온 곳이라 관련해서 전시가 되어 있다. 하멜 표류기를 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수능 보겠다고 외웠던 하멜이니 "이야! 하멜!!" 하며 감격하고 순식간에 지나쳤다.
용머리해안은 퇴적층이 멋지게 늘어서 있는 해안이다. 곳곳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대충 신기한 돌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걷는다. 이렇게 그냥 걷기만 하면 되는 곳이긴 하지만 바닥이 미끄럽고 바다 쪽에 어떠한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날씨도 좋아야 하고 바람도 없어야 하고 시간도 맞아야 하고 차 세울 곳도 있어야 하고 진짜 여러 조건이 맞아야만 갈 수 있는 용머리 해안이다. 사진만 줄줄이 있어도 실제로 가서 본 느낌은 전혀 전달이 안된다. 사진을 찍고 바로 봐도 눈에 담는 게 훨씬 낫다고 느낄 정도로 웅장함, 맑은 바다, 기묘한 바위 그 어떤 것도 놓치기 싫은 곳이다.
산방산과 함께 보면 좋다고 하지만 대부분이 산방산은 밑에서 바라볼 때 멋지다고 하니 무릎이 안 좋고 힘들게 걷기 싫은 사람은 용머리해안만 걸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