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중국집, 목란-그냥 중국집이라 쓰기 미안한 이연복 쉐프의 목란 20230603

연남동 중국집, 목란-그냥 중국집이라 쓰기 미안한 이연복 쉐프의 목란 20230603

Foodie/특별한날에 생각 나는 식당

2023-07-24 00:27:35


누나가 그 어렵다는 목란 예매에 성공했다. 집안의 경사를 억지로 만들어서라도 꼭 가야 한다. 며칠 전에 투닥투닥하고 대판 싸웠는데 목란을 위해서라면 두 손 들고 미안하다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기대 한가득하여 연남동으로 가족들 모두 모아서 달렸다.

주차가 힘들 것 같았는데 예약제인데다가 주차공간도 넉넉하여 주차하는데 문제없다. 심지어 주차요원도 있기 때문에 초보도 문제없다.

정해진 시간에 들어가서 자리를 안내받고 무엇을 먹을까 메뉴를 봤다. 누나가 우선 동파육과 멘보샤는 미리 주문을 했다. 동파육은 오래 조리해야 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예약할 때 주문을 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 또한, 멘보샤도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미리 주문하지 않으면 먹기 힘들다고 한다. 목란의 동파육과 멘보샤는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반드시 주문해야 하는 메뉴다.

동파육을 포함해서 어떤 것을 먹을까 봤는데 그래도 어렵게 온 곳이니 여러개 먹어보자 하여 코스로 주문했다. 우리 집 식구 위장 크기면 A 나 B 코스를 해야 하지만 쉽게 먹기 힘든 것들을 먹으려고 E코스를 주문했다.

첫 번째 음식은 동파육. 서빙은 이연복 셰프 아들이라 불린다는 셰프가 해준다 (라고 티비광인 아줌마들이 여기저기서 증언을 해주신다)

동파육은 나오면서부터 간장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얼마나 맛이 좋은지 냄새만 맡아도 침샘이 폭발한다. 하나 집어 접시에 두고 살포시 씹어보니 이건 고기가 아니다. 다른 집에서도 동파육을 먹어봤지만 여기처럼 부드러운 것은 본 적이 없다. 최근에 소식좌인 박소현이 10분 넘게 씹는 것을 봤는데 동파육을 먹으면 박소현도 1분 안에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맛, 식감 정말 여러 가지 말하고 싶지만 뒤에 음식이 너무 많아서 여기까지만 쓰겠다. 아쉬운 건 동파육은 아주 센 백주에 어울릴 것 같은데 젤 처음 나오니 그게 조금 아쉽다 (오늘은 술을 안 마셨지만)

동파육이 절반정도 사라질 때쯤 멘보샤가 나왔다. 서초 쪽에서 먹어본 멘보샤는 기름 냄새가 너무 나서 실망했는데 역시 목란의 멘보샤는 급이 다르다. 겉의 바삭함과 안의 촉촉한 게살이 완벽하다. 야구 보면서 멘보샤에 맥주 마시면 너무 완벽할 것 같은 맛이다.

이제부터는 E 코스가 시작된다. 이미 동파육에 멘보샤가 나온지라 속을 편안히 해주는 애피타이저인 게살수프가 세번째로 먹는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맛은 너무 좋다. 냠냠냠냠~ 하면서 먹으니 금새 없어진다. 추천을 하자면 먼저 게살스프가 나올 때까지 동파육과 멘보샤를 조금 참아 보는 것이다.

그다음은 사품냉채. 개인적으로 냉채를 별로 안 좋아해서 요 부분은 스킵.

이름만 들어서는 정말 엄청날 것 같은 음식인 전가복이 그다음으로 나왔다. 전가복은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새우와 버섯이 있다 보니 다들 잘 먹었다. 그전까지의 음식들이 느끼한 음식들인데 술이 없이 먹다 보니 그 느끼함이 좀 과한 느낌이었다. 그것보다 좀 느끼함이 적다 보니 손이 많이 간다. 전가복은 주방장이 가진 최고의 재료들로 만든다 하여 이름부터 유명한데 목란의 전가복은 기름이 눈에 보이는데도 조금 가볍고 과자처럼 손이 자주 가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정말 느끼함을 잡아주는 중새우튀김이 나왔다. 배가 터질 것 같아 젓가락을 슬슬 내려놓기 시작한 우리 집 식구들에게는 크고 한 입 먹으면 금세 없어지는 새우를 너무 잘 먹었다. 칠리맛이어서 입이 그제야 느끼함을 잡아줬다.

오늘 별로 먹지 못했지만 맥주 안주로 1등인 공보기정이다. 이건 일반 맥주집에서 팔아도 그 집 최고의 메뉴가 될 것 같다. 달달한 맛에 캐슈너츠와 닭고기가 씹힌다. 재료만 봐서는 절대 맛없을 수 없는 음식이다. 단맛 때문에 뒤에 나온 것 같은데 맥주가 너무 생각난다. 술 없이 이 음식 먹으려니 정말 힘들다.

드디어 마지막인 기스면, 짬뽕, 짜장이다. 맛이 어떤가 싶어 하나씩 주문해 봤는데 기스면이 가장 맛이 좋았다. 계란탕 같았는데 맛이 심심하다 보니 그전에 먹은 향이 강한 음식들을 마무리 지어준다. 다음에 와서 또 셋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기스면을 주문할 것 같다.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만큼 음식은 너무 맛있었다. 재밌었던 건 각 테이블에 앉은 아주머니들이 지나가는 종업원들이 누구인지 숙덕숙덕대시고 음식을 먹으면서 "이건 나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란 말을 하시면서 모두들 K-아줌마임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아줌마들이 그 힘든 예약을 뚫고 오셔서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진짜 맛집은 맛집이다. 다들 식당에 왔다기보다 여행지에 온 것처럼 여기저기 사진 찍는 것을 보니 눈과 입으로 가게를 통째로 잘 즐기시는 것 같다.

내가 예약을 하지 않았기에 어떻게 예약을 해야 성공하는지는 모르겠다. 운이 전부라는 말만 들었을 뿐. 다음에는 직접 예약하고 후기를 쓸 수 있기를.


#서울맛집 #연남동맛집 #예약만된다면매일가고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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