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에서 이사 갈 날도 얼마 안 남아서 점심에 회사 앞에 있는 보쌈집을 갔다. 공덕 족발 거리가 있어 공덕은 족발과 보쌈집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관련된 맛집과 가게들이 많다. 그중에서 보쌈은 영광보쌈이 가장 나았다.
공덕에 있는 대부분의 집이 그렇듯 영광보쌈도 노포의 느낌이 난다. 테이블이나 의자도 옛스럽다. 메뉴도 여러 개 있는 것도 아니고 보쌈 딱 하나다. 대놓고 맛집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집이다. 1인분에 12000원이고 1인분은 팔지 않는다. 점심에는 그나마 자리가 있지만 저녁이 되면 주변의 회사원들이 가득 들어차는 곳이니 일찍 가야 한다.
보쌈은 다른 집과 다르게 듬성듬성 썰은 것 같은 느낌이다. 원할머니 보쌈처럼 고기가 기계로 썬 것 같은 맛이 아니라 거칠게 잘렸다. 그래서 씹는 맛이 굉장히 좋다. 큼직한 고기를 먹어서 입에 가득 채워 넣어 씹는 맛이 일품이다.
당연하게도 보쌈김치도 아주 괜찮아 같이 먹을 수밖에 없다. 김치와 마늘을 함께 먹으면 보쌈의 느끼함을 씹는 동시에 없애준다. 김치가 특히나 시원한 느낌이라 깔끔함이 남다르다.
이 집의 히든 메뉴는 콩나물국이다. 매콤하게 만든 국인데 저녁에 소주와 함께 먹거나 점심에 밥을 먹으면서 먹다 보면 뜨끈한 국물이 당기는데 아주 적절하다. 여기 먹으러 오면 항상 이 국은 세 번은 리필해서 먹는다. 그냥 먹어도 맛이 좋은데 보쌈과 김치만 먹는 단조로운 패턴에서 잠깐 벗어났다가 올 수 있게 해 준다. 몇 가지 없는 반찬이지만 하나하나가 자기 역할이 있다.
고급스럽거나 큰 모임에 어울리는 곳은 아니지만 한 끼 든든하게 먹거나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을 때 가기 너무 좋은 곳이다. 자리가 몇 개 없어 대기줄이 있지만 시간을 들여 먹을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