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한 번도 아메리카 대륙을 밟아보지 못했기에 이번에 쉬는 동안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나라는 한 번 꼭 방문하고 싶었다. 그러다 샌디에이고에 사는 친구 집에 한 달 정도 얹혀살기로 하고 미국 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지금 달러가 1330원을 왔다 갔다 하는 살인적인 환율에도 불구하고 무료 숙박과 식사에 눈이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항공권은 마일리지를 사용해서 공항 이용료 40만원 정도만 냈다. 다른 공항은 마일리지 티켓이 전혀 없었지만 LAX 만큼은 마일리지 티켓도 넘쳐났다. 덕분에 돈 없음에도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서 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출국날.
최대한 얇게 입고 최대한 껴 입어서 공항버스 타는 곳 까지 어떻게든 버텨본 뒤 공항에서 잠자기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츄리닝에 목베개에 맨발에 슬리퍼까지 신고 아시아나에 탑승했다. 널찍한 비행기라 이코노미에 가운데 낀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안락하게 갔다. 잠이 잘 오지 않아서 최근 말 많은 만화가가 그린 원작 신과 함께를 보면서 왔더니 비행기서 질질 짜면서 왔더니 10시간이 훌쩍 지나 어느새 도착했다.
성조기가 반겨주는 것을 보며 미국임을 느끼고 외국인에게도 차별없이 영어를 마구 쏟아내며 왜 한 달이나 친구집에 가는 거냐고 꼬치꼬치 10여분 동안 캐묻는 라틴계 공항 직원을 보며 LA임을 느꼈다. 이 얼마나 평등하고 차별 없는 아름다운 나라인가. 도착하자마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게 다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가고 싶었다.
기가 쫙 빨린 상태로 짐을 챙기러 갔더니 두번째 문제가 발생했다. 짐 내리는 레일에 문제가 있는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멈췄다. 한국이었으면 1분 안에 담당자가 튀어와서 동작을 시켰겠지만 10분이 되도록 아무도 정상으로 되돌리지 않는다. 기다리는 사람들도 그러려니 하고 핸드폰만 보고 있는 것을 보니 속이 터져 죽을 것 같았다. 도대체 공항세 40만원은 왜 받는 걸까?
인천공항의 위대함과 공항 직원들의 노고를 다시 한번 느끼며 3시간 운전해서 픽업하러 온 친구 차를 탔다. 공항 앞은 주차장을 넘어서서 북새통이다. 주차비용이 얼마인지 다들 공항 앞에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겨우겨우 짐 넣고 차에 타니 몸에 힘이 빠진다. 공항은 그 나라의 거울이라며 삐까뻔쩍하고 친절로 중무장한 아시아권 공항과 달리 너무 느리고 보수는 전혀 안 되는 것 같고 혼잡함을 없앨 진행요원은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든 LA공항이다. 이 힘든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바로 달려간 곳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스타벅스".
LAX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로 이동했는데 오자마자 노숙인(홈리스)들이 반겨줘서 당황스러웠다. 1월인데도 날씨가 너무 좋아서 가을 옷 입고 있기 딱 좋은 캘리포니아 답게 홈리스가 많다. 이건 오기 전부터 들은 얘기라 알고 있었지만 스벅에 앉아서 밥을 먹고 쉬고 있을 줄은 몰랐다. 홈리스든 아니든 평등하다고 봐야 하는 건지 혼란스럽다.
LAX 공항 근처는 우범지대다. 아무래도 시끄럽다 보니 땅 값이 싸서 그럴 것이다. 서울역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은데 다른 점이라면 미국 홈리스들은 아무 곳이나 막 들어간다는 점이다. 한국서 노숙자가 스벅에 앉아 있으면 경찰이 출동하겠지만 여긴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미국 온 지 30분 정도 되었지만 눈치를 보아하니 한국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미국 여행 잘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