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는 서울에 위치한 대학가임에도 불구하고 맛집이라고 불리울 곳이 딱히 없다. 그나마 좀 유명세를 떨치는게 삼통통닭 정도이지 않을까? 하지만 아주 잘 찾아보면 몇군데 나오기는 한다. 오늘 다녀온 고래돈까스가 그런 집 중 하나이다. 어마어마하게 맛있어서 튀김이며 안의 고기도 선홍빛으로 육즙이 야들야들하게 나오는 맛집은 아니다. 안심이라 부드럽긴하지만 평범한 수준이다.
그럼 도대체 고래돈까스의 장점이 뭐길래 추천까지 하느냐면 바로 '가격' 이다. 1만1천원에 (그것도 요즘 올리신거다) 안심돈까스 세 덩어리, 잔치국수, 카레 이렇게 세 가지가 나온다. 성인 남성 한 명이 다 먹을 수 있는 정도로 양이 조절되었지만 푸짐하게 먹는 느낌은 여전하다.
먹어보면 1번과 5번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계속해서 바뀌는 가격으로 인해 아예 종이가 붙어있는 가격표. 메뉴는 오직 하나 돈까스다
우선 돈까스는 재료에 신경을 정말 많이 쓰시는지 엄청 부드러운 고기로 만들어 씹는 맛이 좋다. 튀김은 대단할 것 없지만 고기로 맛을 내는 돈까스라 생각하면 상상하기 쉽다. 잔치국수는 약간 매콤하여 해장 겸으로 먹기 좋다. 하지만 돈까스 튀김이 조금 느끼한 편이라 해장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카레는 카레라기보다 하이라이스에 가깝다.
처음 음식을 받으면 '언제 이걸 다 먹지?' 걱정을 하게 되는데 막상 먹다보면 슬금슬금 입 속으로 다 들어간다. 학생들이 많은 편이라 가게를 방문할 때마다 시끌시끌한데 기분이 나쁘기 보다 좋은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다. 이건 아마 나이가 들어서 그럴 것 같기도 한데 여튼 아저씨, 아줌마들이 소리지르듯 떠드는 것이 아니라 재잘재잘대는 소리라는 표현이 맞아 보인다. 이모님들이 운영하시는데 대학생들 분위기에 맞추려고 계절별로 장식을 바꾸신다. 대학가 주변 상인들은 대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다보니 같이 젊게 사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