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궁전, 페테르고프, 윗공원

이제 당분간 이 도시를 떠나기로 했다. 저렴한 숙소에 저렴한 식사로 체류하기 너무 좋지만 이제 거의 도시를 훑어보았기 때문에 이동하려 한다. 원격근무(Telecommute)할 수 있다면 한 달이나 두 달정도 살기 좋은 곳이지만 아쉽게도 하루하루 지날 수록 돈만 깎이는 나로써는 어디론가 이동을 해야한다. 오늘 낮에 페테르고프(실제 발음은 ‘뻬쩨르고프(f)’다)에서 여름궁전을 구경하고 돌아와 밤동안 탈린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 한다.

가이드북을 보며 어떻게 가야하는지 계속 봐도 답이 안나온다. 페테르고프 익스프레스란 고속 보트를 타고 가면 30분도 안되서 도착하지만 왕복 1100루블이다. 이 가격이면 이틀 체류비인데 부담이 너무 크다. 그렇다고 버스를 타자니 가격은 왕복 120루블인데 찾아가는 방법이 꽤나 복잡하다. 게스트하우스에서 고민하다 ‘내가 돈이 없지 시간이 없는건 아니잖아?’ 하며 용감하게 버스를 타기로 결정한다.

손바닥 위에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러시아어가 적힌 금색 동전 모양의 토큰이 놓여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토큰
대리석 벽면에 빨간색 띠가 있고 그 위에 아프토보라는 글자가 러시아어와 영어로 적혀 있다.
페테르고프 가는 버스는 아브토보역에 있다. (다른 곳에도 있지만 내가 머무는 곳에서 가장 가까웠다)
길거리에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있으며 유리로 된 지하철역 입구와 주변 상가 건물들이 보인다.
역에서 나오면 이런 광경이 펼쳐진다. 이 길 위에 버스가 상당히 많은데 224, 300, 424, 424-A를 찾는다. 버스에는 Петерго́ф라고 크게 쓰여 있다.
버스 정류장에 초록색 시내버스와 문이 열린 흰색 미니버스가 정차해 있고 사람들이 서 있다.
마르쉬루트카(미니버스)의 종착지여서 사람이 모일 때까지 호객행위를 한다. 따라서 천천히 걸어다녀도 되고 호객행위하는 기사에서 돈을 주면 된다. 가격은 가이드북보다 올라서 70루블이었다. 아마 매년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승객들이 앉아 있는 미니버스 내부 창문에 러시아어가 적힌 노란색 안내문이 붙어 있다.
최대한 뒤에 앉는다. 왜냐하면 목적지가 거의 종점이기 때문이다. 어디서 내려야하는지 모를 때는 잠자코 끝까지 가면 된다. 그러다 밖에 여름궁전이 보이기 시작하면 ‘뻬쩨르고프?’라고 외쳐본다. 그럼 내려야 할 때, 다들 데리고 나가준다.

오늘은 이동하는 날이어서 약 20kg정도가 어깨에 턱하니 있다. 최대한 발품파는 일을 하기 싫었는데 다행히 한 방에 왔다. 의외로 버스타고 가는 방법이 어렵지 않아서 오히려 고속 보트 탔으면 왠지 슬펐을 것 같다.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니 여름궁전이 보인다. 아쉽게도 오늘 날이 흐려서 햇빛을 받아 화려함을 절정으로 뽐내지는 않았지만 내 입은 이미 최대치로 벌어져서 ‘우와~~~’를 남발하고 있다. 페테르고프는 크게 윗공원, 대궁전, 아랫공원으로 나뉘어 지는데 윗공원은 그 중 가장 규모가 작아 돈도 받지 않는다. 그런데 난 지금 그 윗공원에서 감탄사를 남발하고 있다. (너무 신나서 욕도 섞였던 것 같다)

네모 반듯하게 다듬어진 나무들이 푸른 잔디밭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이런 자대고 그은 듯한 정원이 수도 없이 많다. 음.. 더 꽉차게 사진을 찍었으면 더 좋았을거 같은데
분수대 앞에 서서 궁전을 바라보는 아이의 뒷모습
연못 중앙에서 물을 뿜어내는 황금빛 바다 괴물 조각상
얕은 연못에서 오리 가족이 헤엄치고 있으며 뒤쪽에는 금빛 조각상 분수가 물을 뿜고 있다.
날씨가 흐린 부분이 조금 아쉽다
넓은 연못 한가운데 청동 조각상들이 있는 분수가 있고 뒤편으로 노란색 궁전 건물이 보인다.
네모 반듯하게 다듬어진 나무들이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산책로
아이를 동반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절대 아이와 숨바꼭질은 하면 안된다. 애들이 정말 끝도 없이 가서 숨어버린다
삼지창을 든 넵튠 조각상이 중앙에 서 있는 대형 분수대
윗정원에서 가장 유명한 넵튠 분수
머리에 꽃 화관을 쓰고 볼에 바람을 넣은 천사 조각상의 전신
머리에 꽃 화관을 쓰고 볼에 바람을 넣은 천사 조각상의 상반신
진짜 한 대 쥐어박고 싶게 생겼다
연못 중앙의 바위 위에 앉은 조각상과 주변의 황금빛 물고기 조각상들이 물을 뿜는 분수
노란색과 흰색으로 장식된 화려한 궁전 건물 앞에서 웨딩 촬영을 하는 사람들과 구경하는 사람들

페테르고프에 와서 가장 많이 보이는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웨딩촬영하는 신랑 신부들이다. 이 윗공원은 돈을 내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본 적도 없는 뛰어난 정원이어서 웨딩촬영을 많이 한다. 내가 가서 본 커플만 해도 네 커플이었는데 전문 사진사는 물론이고 친척들도 모여서 같이 사진을 찍는다. 신랑 신부에 친구 몇 명만 모여서 찍는 우리 문화와는 다르다. 멋진 배경을 연출하려고 먹이 풀어서 근처 오리랑 비둘기들을 다 모아서 찍기도 하고 바람도 불게 하려고 선풍기도 트는 등 엄청 열정적으로 찍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사람답게 신랑 신부 모두 웃는게 가장 힘들어 보인다. 다들 사진 한 번 찍고 나면 한숨을 푹~ 쉬는게 오히려 더 인간적이어서 사랑스러워 보인다.

황금빛 돔 지붕을 가진 화려한 건물 앞 연못에서 물을 뿜는 분수
가운데 조각상이 있고 물을 뿜어내는 분수대와 그 뒤로 길게 늘어선 나무들
연못 한가운데 조각상에서 여러 갈래로 물을 뿜어내는 분수와 뒤편의 나무 울타리
정원에 유독 분수가 많다. 하지만 유명한 분수는 전부 아랫공원에 있다.
황금색 돔 지붕과 장식이 돋보이는 노란색과 흰색 외벽의 궁전 건물
초록색 잎이 무성하게 덮인 아치형 덩굴 터널 아래로 걸어가는 두 사람
연인이 다닌다는 길인데 앞에 애들도 남자,남자고 나도 혼자고 그 어디에도 커플은 없다.

하늘을 보니 심상치가 않다. 얼른 이 곳의 메인파트인 대궁전과 아랫공원을 보러 가야겠다.


경비

  • 점심 65R
  • 페테르고프 가는 버스 70R
  • 페테르고프 대궁전 입장료 700R
  • 페테르고프에서 오는 버스 70R
  • 레몬물 36R
  • 탈린에서 숙소 €18

총 경비 941RUB, €18

여행 총 경비 525,936원 + 47,499RUB + $312.26 +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