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체력이 바닥나서 다리가 후들거린다. 베스트바이와 로스 등 다양한 매장 둘러보기 때처럼 무리해서 걸은 탓인지 평소 운동 부족인 몸을 원망하며 앉을 곳을 찾았다. 구글 지도를 켜보니 카멜 마운틴 로드(Carmel Mountain Rd) 쪽 몰 안에 모스트라 커피(Mostra Coffee) 지점이 있어 무작정 들어갔다. 프랜차이즈 매장인데도(프랜차이즈인지 나중에야 알았다) 들어서자마자 고소한 커피 향이 훅 끼치고, 하얀 벽면에 큼지막하게 쓰인 글씨와 분주한 카운터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영어를 잘 못 알아들을까 봐 걱정했는데 직원이 천천히 신경 써주며 친절하게 응대해 줘서 인상 깊었다.

보통 프랜차이즈라고 하면 시끌벅적하고 복잡하기 마련인데, 여기는 생각보다 상당히 차분한 분위기다. 한가운데 놓인 길다란 나무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마주 보고 앉아 조용히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니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 메뉴 이름도 긴 Hot Bibingka Creme Brulee Latte다. 음료 윗면에 설탕 코팅이 바삭하게 그을려 있어서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한 모금 마셔보니 달달한 바닐라향 같은 것이 느껴지고 목넘김이 아주 부드럽다. 카페 전체에 달달한 냄새가 났었는데 이 커피때문인 것 같다.

라지 사이즈를 시켰더니 컵이 제법 묵직하다. 컵 옆면에 붙은 라벨을 보니 메뉴 이름이 정확히 적혀 있다.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긴 하지만, 훌륭한 커피 맛과 차분한 매장 분위기를 생각하면 꽤 합리적인 편이다. 어쩌면 분위기가 좋아서 더 맛있게 느껴진 걸지도 모른다.

매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진열장이나 굿즈들을 보면 꽤나 신경을 쓰는 브랜드인 것 같기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커피 맛이 부드러워서 입맛에 잘 맞았다. 옆 테이블에서는 나이 지긋한 분도 태블릿으로 조용히 무언가를 읽고 계신다.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 없이 다들 자기 일에 집중하는 평화로운 공간이다.

샌디에이고 카멜 마운틴 근처에서 조용히 노트북으로 작업하거나 공부할 곳을 찾는다면 이곳 지점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 마시고 밖으로 나와서 가게 간판을 다시 한번 돌아봤다. 나중에 근처에 갈 일이 생긴다면 쉴 겸 다시 들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