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SeaWorld 3부, 산타와 순록, 퍼핀-2024년 1월 7일, 샌디에이고-SeaWorld in San Diego, United States

전에 갔던 다양한 해양 동물과 공연을 볼 수 있는 곳바다사자와 퍼레이드를 즐길 수 있는 곳에 이어 드디어 마지막 일정이다. 1964년에 문을 연 엄청나게 넓은 테마파크답게 하루 종일 걸어 다녔더니 이제 슬슬 다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평소에 운동을 하도 안 해서 내 체력이 바닥난 건지 테마파크가 넓은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조금 지쳐갈 무렵 야외 광장 쪽에 사람들이 모여 있길래 가보니 산타클로스와 진짜 순록이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원에서도 보기 힘든 진짜 순록을 여기서 볼 줄은 몰랐다. 뿔이 멋지게 솟은 큼직한 순록들이 얌전하게 서 있는 모습이 꽤나 신기하다.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사람과 엘프 복장을 한 사람, 그리고 순록 두 마리가 서 있는 모습
목줄을 한 순록 두 마리가 서 있는 모습

마침 사람이 별로 없어서 대기 시간도 짧고 아주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자기 무릎에 앉히고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며 사진을 찍어준다. 어릴 때 백화점에서나 보던 그런 클래식한 산타의 모습이라 왠지 모르게 반가운 느낌이다.

산타클로스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세 사람
초록색 의자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산타클로스

그다음으로 발걸음을 옮긴 곳은 퍼핀 수조다. 사실 퍼핀은 모바일 웹 브라우저 아이콘으로나 봤지 실제로 깃털 달린 녀석을 본 건 처음이다. 수조 내부가 굉장히 깨끗하고 유리창 바로 앞까지 새들이 다가와서 정말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다.

물 위에 떠 있는 퍼핀 두 마리
물 위에 떠 있는 퍼핀 한 마리의 옆모습

물 위에 동동 떠서 앙증맞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다니는데 진짜 너무 귀엽다. 개인적으로 이번 씨월드 방문에서 쇼를 제외하고 가장 추천하고 싶은 포인트가 바로 이 퍼핀 관람이다. 평소 보기 힘든 동물을 이렇게 쾌적하게 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 것 같다.

본격적인 해양 동물 쇼를 보기 위해 스탠드 쪽으로 들어섰다. 햇살은 따가운데 바람은 서늘한 캘리포니아 특유의 날씨 속에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 있었다. 스탠드 앞쪽 좌석들에는 파란색 글씨로 ‘SOAK ZONE’이라고 큼직하게 적혀 있다. 말 그대로 물벼락을 맞는 자리라는 뜻이다.

수조 앞 관람석에 사람들이 앉아 있고, 통로를 걷는 사람들의 뒷모습
SOAK ZONE이라고 적힌 관람석 벤치에 사람들이 앉아 있는 모습

돌고래 한 마리가 가볍게 물 위로 솟구치며 몸을 푸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 다리를 쉬었다. 저렇게 날렵하게 움직이는 걸 보니 이따가 볼 메인 쇼는 어떨지 슬슬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 일단 가볍게만 보고 일어났다.

조련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수영장 수면 위로 높이 뛰어오른 돌고래 한 마리.

메인 쇼를 기다리다 플라밍고 떼가 모여 있는 연못을 지나쳤다. 멀리서 볼 때는 쨍한 분홍빛 깃털이 햇빛을 받아 반짝여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호기심에 펜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길쭉한 목을 이리저리 꺾으며 떼로 우글우글 몰려다니는 게 은근히 좀 무섭다. 떼거리로 덤비면 내가 질 것 같은 느낌이다.

얕은 물가와 잔디밭에 모여 서 있는 분홍색 플라밍고 무리.
열대 식물이 있는 바위섬 주변 얕은 물에서 먹이를 찾거나 쉬고 있는 플라밍고 떼.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범고래 쇼장에 도착했다. 거대한 수조 뒤로 화려한 스크린이 펼쳐져 있고, 그 앞으로 흑백의 거대한 범고래 한 마리가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화려한 스크린이 설치된 무대 앞 수영장에서 물 위로 솟구쳐 오르는 범고래.
관람석 앞 얕은 물가 무대 위로 올라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거대한 범고래.

돌고래나 물개 쇼처럼 빠르고 날렵한 맛은 없다. 애가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한 번 점프할 때마다 속으로 “으쌰~” 하고 기합을 넣는 중년 아저씨 같달까. 움직임이 휙휙 바뀌진 않지만 육중한 몸이 물 위로 떴다가 떨어질 때의 임팩트는 확실하다.

화려한 배경 스크린 앞 수영장에서 동시에 물 위로 뛰어오르는 두 마리의 범고래.

저 무거운 덩치가 수면을 내리치면 물보라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튄다. 나는 물에 젖기 싫어서 일부러 뒤쪽 안전한 자리에 앉았는데, 물은 안 맞았지만 앞쪽 사람들이 물폭탄을 맞는 걸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 젖어도 상관없는 게 아니라면 무조건 뒤쪽에 앉도록 하자.

오늘 하루 종일 걸어서 피곤하긴 했지만, 평소 보기 힘든 동물들을 실컷 구경할 수 있어서 알찬 시간이었다. 샌디에이고에 오면 동물원과 시월드는 꼭 와야 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뭔지 알겠다. 규모부터 상당히 크고 그 안에 있는 동물들의 수와 희귀함이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규모다. 아이들은 당연히 좋아하고 어른들도 오면 정말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샌디에이고 오면 항상 들려야 하는 필수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