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친구가 서울에 놀러 와서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명동에 친구 숙소가 있어서 그 근처의 식당을 알아봤다. 명동이야 워낙 맛있는 집이 많지만 얘네들이 그런 좋고 내가 가고싶어하는 식당말고 서울 사람들이 회사 끝나고 술 마시는 곳, 포장마차나 로바다야끼 같은 곳을 원한다. 요즘에 포장마차가 어디있다고.. 아무리 걸어도 드라마에 나오는 길에서 술 마시는 포장마차는 못찾아서 결국 두번째 옵션으로 ‘서울 회사원들이 회사 끝나고 술을 마시는 곳이면서 드라마에 나올 것 같은 곳’으로 찾았다. 아… 밥 한 번 먹기 참 어렵다.
그렇게 지도를 뚫어져라 보다가 가까운 위치에 을지로 골뱅이 골목이 있다. 골뱅이는 아무래도 우리만 먹을테고 특히나 소맥에 잘 어울리는 소맥 노래를 부른다 안주여서 딱 좋은 곳이다. 그렇게 회사원이 없는 토요일이라 휑한 을지로 골뱅이 골목에 들어섰는데 이상하게도 딱 한 집만 바글바글하다. 가서 상호명을 확인하니 ‘풍남골뱅이’ 집이다.


사실 골뱅이를 직접 삶아서 조리하는 것도 아니고 캔 골뱅이 하나 까서 무침만 하는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가 했는데 역시나 방송에 나왔다. 심지어 요즘 사람들이 나도 포함 갈 음식점을 대신 골라 준다는 백종원이 하는 방송에 나왔으니 사람이 이렇게 붐빌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그렇지 다른 집은 손님 하나 없는데 이 집만 이렇게 많다니. 이런 비정상적인 손님 분포를 보면 나도 모르게 엄청난 기대와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역시 미디어의 힘은 대단하다.


주문을 하고 이 소맥을 울부짖는 필리핀 사람들에게 소맥이 뭔지 직접 말아주고 나니 계란말이와 골뱅이무침이 나왔다. 저녁을 대신하는 것이라 국수도 하나 시켜서 말았다.
이 집 골뱅이 맛은 나한테는 약간 매워서 술을 많이 홀짝이게 만들었다. 몇 번 먹다보니 이 집의 골뱅이는 골뱅이 맛보다는 매콤한 파절임 맛에 먹는다. 그리고 참기름 냄새가 훅 들어오는 국수로 배를 채웠다. 아주 대단하게 다른 집과 차별화 된 것은 아니고 평소 어디서든 먹던 골뱅이 무침보다 국수가 제대로 삶아져서 나오고 파무침이 고급 고기집의 파무침처럼 먹기 좋은 것이 나온다는 정도다. 하지만, 외국애들이 먹기에는 좀 많이 매운가 보다. 몇 젓가락 집어 먹지 않고 핸드폰만 보길래 대충 국수와 골뱅이만 집어 먹고 일어났다. 매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두어젓가락 후에 식사를 마칠지도 모르니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도 일반 저렴한 술집에서 나오는 골뱅이보다는 덜 맵다





가격과 그에 따른 퀄리티를 생각하면 엄청나게 좋다고 하기는 좀 그렇다. 물론 나쁜 것은 아니다. 골뱅이야 캔 따서 차이가 없지만 파무침과 국수, 계란말이는 확실히 일반 술집의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 다만 가격도 차원이 다른게 문제다.
블로그에 안쓰고 그냥 한 번 먹어본 집으로 두려했지만 이 가게말고 이 을지로 골뱅이 골목에 대한 것을 남기고 싶었다. 이 을지로 골뱅이 골목은 서울에서도 회사가 몰려있는 을지로이고 이 회사들과 같이 호흡하며 오래 영업을 한 지역이다. 따라서 단순히 맛만 보고 오는 곳이 아니고 서울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조금 남달라서 거기에 점수를 조금 더 줬다. 맛은 집마다 별 차이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냥 빈 집에 가거나 주인 아줌마가 착해보이는 곳에 가면 된다. 참고로 이 동네는 오래동안 축 처진 회사원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셔서 아주 고급진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긴 어렵다. 목소리가 크면 잘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