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정겨운 분위기가 반긴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인테리어에서 왠지 모를 내공이 느껴진달까. 주방 쪽에서는 직원 이모님이 분주하게 움직이시는 모습이 활기차 보인다.
매장 한편에는 음료수와 주류, 그리고 반찬들이 들어있는 냉장고가 자리 잡고 있다. 화려하고 세련된 요즘 식당은 아니지만, 부담 없이 밥 한 끼 든든하게 먹고 가기 딱 좋은 푸근한 분위기다. 오래된 집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일단 기분을 좋게한다. 물론, 학생 상대로 하는 식당이라 깔끔하거나 정돈된 느낌은 아니지만 학교 근처 가게는 이런 맛으로 가는거 아닌가?

자리를 잡고 벽에 붙은 메뉴판을 쓱 훑어봤다. 지인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추했던 보쌈정식이 무려 9,000원이다. 심지어 기본 고기국밥은 7,000원이다. 요즘 시대에 만원짜리 한 장으로 고기 반찬까지 나오는 정식을 먹을 수 있다니 학생들한테는 그야말로 선녀같은 곳이 아닐 수 없다.
가격이 싸다고 해서 질이 떨어지는가? 아니오. 메뉴판 옆에 적힌 ‘미스터국밥 두배로 즐기기’ 같은 정성스러운 안내문만 봐도 음식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혼자 와서 묵묵히 혼밥을 하는 학생들 틈에 껴서 나도 당당하게 보쌈정식을 주문했다. 물론, 소주도 함께

잠시 후 쟁반 가득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뽀얀 국물의 뚝배기에 야들야들해 보이는 수육 한 접시, 그리고 밥 한 공기 꽉꽉 눌러 담은 모양새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이 구성에 소주까지 한 병 시켰는데 15,000원이 채 안 나온다니 계산할 때 이래도 영업이 되나 걱정이 될 정도이다.
일단 소주 한 잔 털어 넣고 국물부터 맛봤다. 간이 세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잡내는 약간 있는 계속 숟가락이 가는 무난한 맛이다. 엄청난 미식가는 아니지만 내 저렴한 입맛에는 이 정도면 훌륭하다. 잡내가 있어서 오히려 반주로 곁들이기 좋았다. 여기서 잡내를 잡는다면 이 가격이 말이 안되겠지.
수육은 퍽퍽한 것도 있고 좀 마른 느낌도 있는 전형적인 잘라줄테니 그냥 먹어라 식이다. 고기만 먹으면 술을 더 먹어야했겠지만 쌈장이나 무말랭이랑 같이 상추에 싸서 먹으니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반찬들도 양껏 눈치 안 보고 가져다 먹을 수 있는데, 고기도 국밥도 냄새가 있어 마늘과 양파로 밸런스를 맞추었다. 그 덕에 셀프 코너를 두 번이나 왔다 갔다 했으니 말 다 했다.
유명한 줄 서는 맛집들처럼 한 입 먹고 눈물 날 만큼 대단한 맛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의 고기와 국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가성비 좋게 고기와 국물을 다 즐기고 싶다면 무조건 보쌈정식으로 주문하도록 하자.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아무 생각 없이 슬리퍼 끌고 나와서 식사와 반주를 해결할 수 있는 든든한 아지트 같은 곳이다. 근처에 산다면 정말 강추하는 가성비 극강의 집이다. 이렇게 떠들었지만 고대생이라면 이미 다 아는 것 같은 느낌이다. 모르면 부모님이 부자인 학생이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