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 빌라에서 떠나 산타모니카 피어를 가기 전, 본격적인 구경에 앞서 주차를 먼저 하고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친구 부부가 열심히 검색해서 찾은 식당으로 향했다. 길을 찾는 와이프 옆에서 계속 뭐라고 닥달하는 친구 녀석의 뒤통수를 쎄게 후려 갈기려다 겨우 참았다. 아놔.. 이 새끼…
식당으로 걸어가는 길은 눈이 심심할 틈이 없다. 화려한 조명들이 거리를 수놓고 있고, 트리케라톱스 입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재미난 분수 조형물도 있다. (왜 트리케라톱스가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것들을 보니 확실히 유명한 관광지에 왔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거리 전체가 묘한 보라색 조명으로 물들어 있어서 꽤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길 한가운데 커다란 체스판 같은 조형물들도 있어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길이 꽤 예쁘니 식당으로 갈 때는 주변 구경을 하며 천천히 걷는 것을 추천한다.

드디어 친구 부부가 심혈을 기울여 찾은 1212 산타모니카라는 식당 앞에 도착했다. 외관부터 통유리에 큼지막한 간판이 걸려 있고 안쪽으로 번쩍거리는 조명들이 보여서 뭔가 범상치 않은 느낌이다.

입구에 있는 메뉴판을 살펴봤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 피자나 파스타 종류가 주를 이루는데, 가격대가 꽤 높아서 살짝 쫄았다. 가난뱅이 여행객인 나는 이런 숫자를 보면 흠칫하게 되지만, 오늘은 친구가 사기로 했으니 조용히 따라 들어갔다.

자리에 앉아 아이들도 좋아할만한 메뉴들로 이것저것 여러 개를 주문했다. 조금 기다리니 샐러드, 버섯 리조또, 토마토소스 펜네, 닭고기가 올라간 크림 펜네까지 한 상 가득 음식이 나왔다. 따뜻한 식전빵도 넉넉하게 줘서 마음에 들었다. 물론, 이 가격에 이 정도는 줘야 한다는 생각은 머릿속 어딘가에 계속 남아있다.

비싼 곳이라 그런지 음식 맛은 다 괜찮았다. 그중에서도 뇨끼 같은 파스타 종류가 가장 맛있었다. 소스가 꾸덕하고 간도 적당해서 금새 접시를 비워버렸다.

레스토랑 내부는 천장에 달린 동그란 조명들이 어둡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점잖게 양복을 입은 사람도 많고 다정하게 데이트를 하는 사람도 꽤 많다. 대충 주워 입고 온 우리 테이블의 칙칙한 행색이 이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안 맞는 것 같아 살짝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서빙은 잘 해줘서 고마웠는데 그 덕에 팁을 어떻게 줘야 할지 친구 와이프가 상당히 고민을 했다.

맛있게 먹고 분위기도 즐겼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기본 메뉴 가격도 비싼 편인데 여긴 팁이 당연한 미국이다. 식대 베이스에 팁까지 얹어서 계산을 하니 정말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많이 나온다.
한국이 저렴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미국의 외식 물가는 무섭다. 영수증을 볼 때마다 느끼지만 팁 문화는 정말 절대 한국에 들어오면 안 된다.
비싼 밥을 선뜻 사준 친구에게 아주 미안했다. 하지만 나는 가난뱅이 여행객이라 지갑이 얇아서 밥을 살 돈이 없다. 그러니 염치 불고하고 너네 집에 빈대로 얹혀서 여행이나 하고 있지. 며칠 전 먹었던 미국 3대 햄버거 중 하나 같은 저렴한 패스트푸드가 내 수준에는 딱 맞는 것 같다. (사실 이것도 비싸다)
식사를 마치고 산타모니카 피어로 걸어가는 길은 사람이 꽤 많아 붐비고 활기찬 느낌이다. 전에 갔던 조용한 분위기의 조각상보다는 건물과 뷰가 너무 아름다웠던 곳와는 또 다른 시끌벅적한 미국의 밤거리 매력이 있다. 어쨌든 비싼 밥을 든든하게 얻어먹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 부지런히 피어까지 걸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