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갑갤러리두모악 - 제주도

제주도엔 참 예술가들이 많다. 지금 활동을 하는 사람들, 커피숍을 하면서 간간히 작품을 파는 사람들 그리고 죽어서 작품과 이름을 남긴 사람들, 어느 지역을 방문하면 이 셋 중 하나의 부류를 만나게 된다. 그 중에서도 나는 처음 듣는데 그 업계 사람들이 칭송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늘 방문하는 김영갑갤러리의 원주인인 김영갑도 그 중 한 명이다.

가기 전 누나의 브리핑에 따르면 ‘우리가 지금 가는 곳은 사진 작가로 유명하며 작가보다는 그 안에 정원이 예뻐서 가는 것.’으로 정리된다. 브리핑에서부터 이미 재미가 없다. 큰일이다. 박물관 가고싶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이라고 적힌 녹슨 철제 간판과 돌담으로 이루어진 입구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의 소개와 관람 시간이 적힌 녹슨 철제 안내판
한라산의 옛이름이 ‘두모악’이구나!
치마에 '외진곳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소녀 모양의 철제 조형물
들어가자마자 입장객들을 반겨주는 턱주가리에 레프트 훅 한 대 맞은 언니.
돌담과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피어난 수선화가 있는 겨울 정원 풍경
돌담 아래 무리 지어 피어난 노란색과 흰색이 섞인 수선화 꽃들
가까이서 촬영한 노란색 중심부와 흰색 꽃잎을 가진 수선화 세 송이
정원이 예쁘다 했는데 정말 잘 되어있다. 신기한 꽃들도 많고 걷기도 좋게 되어 있다.
열린 나무 문 사이로 보이는 눈 내리는 정원과 사람들
눈이 내리는 정원 한편에 모여 있는 여러 개의 항아리들
눈 내리는 정원 나무 아래에 모여 있는 크고 작은 갈색 항아리들
하얀 건물 옆으로 난 나무 데크 길에 눈이 내리는 모습

들어가면 정원이 나오고 김영갑이 생전에 찍은 사진이 전시된 공간과 그 뒤로 커피숍이 있다. 나처럼 예술과는 별로 친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사람들은 정원에서 꽃보면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전시장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래도 사진이라서 부담이 좀 덜하고 찍힌 사진들이 제주에 대한 기록같아서 현재의 제주와 비교하면서 보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몇 일 전에 다녀왔던 곳들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보고 있으니 ‘타임머신 타면 이런 기분이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렇게 말한 것은 그나마 뭐라도 느끼고 싶을 때 이야기고 대체로 5분 안에 밖으로 나올 것이다.

눈이 내리는 가운데 나무 데크가 깔린 하얀색 외벽의 갤러리 건물 입구
커피숍, 독특하게 무인 커피숍이다.
바 테이블 위에 놓인 여러 개의 흰색 머그잔과 물병
벽에 붙은 메뉴판과 캡슐 커피 머신, 새집 모양의 계산함
커피도 내가 만들고(그것도 500원짜리 캡슐커피) 서빙도 내가 하고 설겆이도 내가 하는데 전부 다 사장님이 해주시는 우리 집 앞 커피보다 천원 싸다. 심지어 카드 계산도 안된다. 김영갑 선생이 장사도 잘하셨나보다.
눈이 내리는 야외의 돌길을 걷고 있는 하얀 개
눈이 내리는 정원의 소나무 아래를 걷고 있는 흰 개
눈 와서 신난 동네 멍멍이 이 집에서 키우는 걸지도
카메라를 메고 있는 돌하르방 모양의 조각상
풀숲 사이에 놓인 작은 사람 모양의 토우들
풀숲 사이에 놓인 여러 개의 작은 흙 인형들
이웃집의 토토로가 생각나는건 나뿐인가. 너무 똑같은데.
초록 잎 사이로 핀 붉은 동백꽃 한 송이
돌담과 나무가 늘어선 흐린 날의 산책로
돌담 옆 길가에 피어있는 수선화 꽃들
이 공간에서 가장 예쁜 것은 길이다. 길 하나는 정말 좋다. 눈이 와서 그런지 애들이 별로 없었는데 애들이 신나게 뛰어다니기 정말 좋은 길이다.
비에 젖은 어두운 돌바닥에 흰색으로 그려진 화살표와 사람 모양 기호
화장실 표시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는 황홀한 공간이겠지만 일반사람 특히 일반 남자들에게는 그냥 길이 예쁜 곳이다. 아마 대부분 여자친구나 와이프의 손에 이끌려 올 남자들에게 일단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노란 유채꽃이 가득 핀 들판 너머로 보이는 바다와 나무들
벌써 유채꽃이 예쁜게 폈다. 그리고 이런 곳에는 사진찍는 자릿세 받는 사람들이 하이에나처럼 눈을 부릎뜨고 기다리고 있다. 제주는 이제 서울보다도 더 자본주의적이고 필리핀보다도 더 돈을 달라는 곳이 되었다.
어두운 구름이 낀 하늘 아래 잎이 없는 나무들의 실루엣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잎이 다 떨어진 나무의 실루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