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리 앤 그릴 - 샌디에이고

집 근처로 돌아와서 친구 가족과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이들이 있어서 평범한 걸 먹을까 싶었는데 오늘 메뉴는 무려 페르시안 음식. 페르시아면 이란인데, 한국 사람 입장에선 이란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미국에서 이란 식당이라니 신기했다. 이런 이국적인 조합에 적응하려면 아직 멀었나 보다.

밤에 불이 켜진 페르시안 앤 메디테리안 베이커리 앤 그릴 식당의 외부 모습

안으로 들어가니 식당 이름처럼 메뉴판에 다양한 케밥과 스튜 종류가 쫙 깔려 있다. 동네 사람들이 카운터 앞에 서성이고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걸 보니 현지인 맛집 느낌이 물씬 난다.

다양한 메뉴가 적힌 전광판이 걸려 있는 식당 주문 카운터의 모습
여러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거나 주문을 기다리는 식당 내부

테이블 한켠에는 낯선 가루가 있었는데 레드 수막이라는 향신료다. 고기에 팍! 뿌려 먹는 건가 본데, 맵찔이에 향신료 초보라 이런 정체 모를 가루만 보면 살짝 쫄게 된다. 그래서 사진만 찍고 고이 모셔놓고 있다.

붉은색 가루가 그려진 작은 수막 양념 포장지

곧이어 주문한 음식들이 줄줄이 나왔다. 이태원에서나 볼 수 있는 길쭉한 바스마티 쌀밥 위에 노란 치킨 케밥과 소고기 케밥이 큼직하게 올라가 있고 구운 토마토도 곁들여져 있다. 오이와 토마토를 썰어 넣은 샐러드는 고기의 묵직한 맛을 중간중간 상큼하게 잡아줬다. 샐러드도 보기에도 터프하고 맛도 터프하다. 샐러드가 이렇게 거친 느낌인 것도 오랜만이다.

구운 닭고기와 소고기 꼬치, 밥, 구운 토마토가 담긴 접시
오이, 토마토, 양파가 잘게 썰려 있는 샐러드 접시

얇은 빵 위에 올려져 나온 길쭉한 다짐육 꼬치, 일명 쿠비데 케밥도 맛봤다. 한 입 먹어보니 고기 향이 꽤나 묵직하고 소스도 훅 들어와서 몽골 초원에서나 느낄 법한 거친 맛이 입안을 때린다. 전체적인 맛은 강렬했지만 고기 양이 꽤 넉넉해서 가성비는 참 좋았다.

넓은 빵 위에 올려진 다진 고기 꼬치구이와 구운 토마토, 생양파

전체적으로 향과 고기 맛이 강해서 내 입맛에 자주 먹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그래도 색다른 향신료와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샌디에이고에서 한 번쯤 들러보자. 매일 먹는 익숙한 음식에 질렸을 때 아주 가끔 재미 삼아 먹어볼 만한 맛이라는. 물론, 샌디에이고 여행을 가서 포웨이라는 동네를 갈 것 같지는 않다.